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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개발자 3인과 이야기하는 '개발자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Created
2024/02/27
Category
Essay
3 more properties

인터뷰

일자: 2023년 10월 18일 (약 80분)
주제: 개발 협업은 왜이리 어려운가요 - 개발자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에 대하여

참석자

인터뷰어: 유림 (토스 모바일팀 FE 개발자), 범근 (토스 송금팀 iOS 개발자)
인터뷰이: 윤호 (토스 모바일팀 FE 개발자), 연수 (0년 차 FE 개발자)

목차

주제 바로가기

인터뷰 계기와 인터뷰이 섭외 이유

인터뷰 계기

범근: 네, 일단 두 분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터뷰에 앞서 주제에 대해 한 번 더 설명을 드릴게요. 개발자로서 일을 하면서 주변을 봤을 때, 물론 기술적인 역량이 메인으로 생각을 하지만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에서 잘하고 싶다는 개발자들의 니즈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아주 최근에 유림 님하고 저(범근)하고 그런 주제에 되게 서로 관심이 많아서 같이 스터디를 해보자 하고 있었어요.
범근: 그런데 저희가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커뮤니케이션, 협업, 팀플레이 이런 주제 자체가 사실 말하는 사람마다 너무 broad하고 사람마다 겪고 있는 상황이나 니즈가 너무 달라서 조금 focus를 해야 되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러면 우리가 주변에 이런 거에 관심이 있을 만한 개발자분들을 모셔서 수다를 떨어보자. 그래서 왜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있는지, 왜 잘하고 싶은지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건 무엇인지, 가볍게 이야기 해보자는 식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인터뷰이 섭외 이유

유림: 제가 윤호 님을 섭외한 이유는 윤호 님이 평소에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되게 좋으시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게 공부를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natural-born인지, 아니면 노력을 하시는지 그게 되게 궁금하기는 했었어요.
윤호: 그래요? 저 전혀 몰랐는데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좋다고 이렇게 직설적으로 들은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유림: 윤호님 워낙 잘하시는 게 너무 자명해서요. 주변 사람들도 다 윤호 님을 커뮤니케이션 캐릭터로 인지는 분명히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윤호: (웃음) 감사합니다.
유림: (범근님에게) 연수님 섭외는 왜 하셨어요?
범근: 연수 님이 사실 아직 이제 현업에서 일을 아직 시작을 안 하셨지만, 딱 이야기만 해봐도 일단 마케터로 일하시던 때부터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너무 좋을 것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연수 님은 이제 개발자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스킬에 대한 필요성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이런 것을 듣고 싶었어요.
유림: 저도 연수 님 커리어 들었을 때 제일 궁금했던 게 마케터, 그러니까 타 직군으로 일을 해보신 경험이 있으면서 이제 개발자로 하시는 거니까 좀 뭔가 타 직군에 있었을 때의 관점을 또 들려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궁금했어요.

‘개발자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윤호: 아마 이 주제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는 건 조금 오래되긴 한 것 같아요. 근데 평소에도 자잘자잘하게 ‘나는 상대방이랑 대화할 때 이런 걸 좀 생각해야겠다.’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이 사람 왜 이렇게 날 기쁘게 만들어주지’ 그리고 그런 사람이 신뢰를 주는 것 같더라고요. 의사 소통을 하면서요. 그래서 그럴 때마다 이 사람은 이렇게 하는구나 하면서 조금씩 그런 장점들은 되새기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기쁘게 하는 사람

윤호: 아무래도 일할 때 사람들이랑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까 분명히 저의 감정을 힘들게 하는 사람도 있고 저를 되게 기쁘게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떤 게 좋은지 어떤 게 안 좋은지를 생각하면서 저도 그렇게 하려고 나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막 고민하면서 내가 더 좋은 개발자적인 커뮤니케이션 협업을 어떻게 할까에 대해서 막 이렇게 깊게는 못했던 것 같아요.
범근: 그럼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어서 ‘나도 저렇게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였던 거네요. 그러면?
윤호: 네, 장점이 있는 사람들을 보고 그걸 좀 가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대표적으로 유림 님이 대표적으로 저에게 영향을 많이 줬는데 유림 님도 그렇고, 또 주변의 동료분들한테서 저런 장점이 보이면 또 배웠던 것 같아요. 제가 선망하는 개발자분이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그 사람의 장점이 보이면은 적어두고 실천하라고 하더라고요.
범근: 그래서 어떤 걸 혹시 적으셨나요? 머릿속에 적어놓으신 게 있나요?

무거운 주제 전에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기

윤호: 일단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가볍게 장난치는 게 일단 좋은 스킬이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이게 되게 사소한 건데 그래도 무거운 주제를 꺼내기 전에 사소한 장난과 농담 같은 것을 할 때 이야기에 쉽게 더 진입할 수 있는 좋은 트리거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것도 좀 제가 많이 하려고 하는 것이에요.
범근: 예를 들면 어떠한 무거운 주제가 있을까요?
윤호: 개발적으로 일할 때 힘든 것들 있잖아요. 고민 같은 것도 될 수 있고, 그 사람이랑 만나서 내가 고민을 털어놓기 전에 가볍게 장난으로 칠 수도 있고 혹은 기술적으로도 고민이 있어서 깊은 얘기를 할 때 그럴 때. 되게 다양하게 그냥 거의 모든 깊은 고민을 이어가기도 하고요. 아니면 슬퍼서 내 감정을 표출하고 싶거나 등등. 이런 그냥 다양한 주제로 제가 생각하는 마음에 부담이 있을 때에 다 적용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범근: 일대일 같은 거 할 때 말씀이시죠?
윤호: 네, 특히 1on1 할 때요.
범근: 1on1 때 약간 그런 사소한 농담을 하면, 그럼 그게 어떻게 효과가 있었어요? 마음을 쉽게 이해한다? 아니면 어색함이 없다?
윤호: 일단 어색함도 줄어들겠죠.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할 때 서로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 짧은 순간에도 라포(rapport)가 형성이 되기 때문에 조금 더 서로 조심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고요. 혹은 너무 조심하지 않게 더 직설적인 피드백을 부탁할 수도 있고요.
유림: 약간 좀 이런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그 농담 따먹기 하면서 서로 헬스 체크를 살짝살짝씩 하는 느낌?
윤호: 좋은 포인트인 것 같아요. 헬스 체크
범근: 연수 님은 혹시 이런 커뮤니케이션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연수: 저는 이 질문이 어떤 것을 물어보시는 걸까 생각을 해봤었는데요. 좋은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계기’나 ‘관련해서 주로 어떤 것을 생각을 했었는지’를 이야기를 드리려고 해요. 크게는 비 개발자였던 때, 그리고 개발자인 때로 나누어 이야기 해볼게요.

비 개발자였던 때의 커뮤니케이션 고민

연수: 비개발자였을 때는 “어떻게 하면 개발자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가 제일 핵심적인 고민이었어요. 그 부분이 제가 가장 불편하고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그 다음으로는 어떻게 하면 우리의 입장 그때는 제가 이제 마케터였으니까 “마케팅 팀의 입장, 그리고 고객의 입장을 어떻게 개발 부서에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도 스스로 많이 했고요. 또는 어떻게 하면 우리 팀과 고객의 입장을 잘 가공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까” 라는 고민도 했고요. 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프로모션 페이지를 만들 때 특정 컴포넌트 기능이나 위치 변경을 요청할 때, 혹은 개발자에게 특정 고객 데이터를 뽑아달라고 해야 할 때, 어떻게 내가 필요한 지점을 정리해서 개발자 분께 가야 되는지 등등을 정리했어요.
연수: 개발자분께 “제가 이러이러한 프로모션을 해야 되는데 고객 데이터를 뽑아야 해요” 이러면 개발자분이 “그러면 이러이러한 거를 정리해서 알려주세요” 라고 하시잖아요. 그럼 “아 다음부터는 이렇게 요청해야겠다” 하고 기준이나 매뉴얼을 만들어 두죠. 그래서 나중에는 이전보다 quick하게 정리해서 보내드린다든가. 이런 것들을 많이 해왔던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에 대해서는 주로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가 목표로 하는 것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개발자였던 때의 커뮤니케이션 고민

연수: 그리고 개발자일 때는 아직은 제가 디자이너라든지 PM인 분들이랑 협업을 적극적으로 해본 상황은 없었는데요. 저는 프론트엔드니까 주로 백엔드분들이랑 협업을 할 때 “어떻게 하면 백엔드의 언어를 알아들으면서 공동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이슈를 많이 생각을 했었어요.
범근: 말하자면 설득해서 이제 내가 원하는 방향과, 내가 원하는 리소스를 얻어내는 그런 거죠?
연수: 맞아요. 그래서 예를 들면 제가 팀장으로 있던 프로젝트에서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협업을 같이 할 때였는데요. 회의할 때 모르는 백엔드 용어가 나오면 ‘DTO가 뭐지?’ 생각이 들면 백엔드 분들께 물어가면서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거든요. 이때도 어떻게 하면 회의 시간을 quick하게 가져가면서도 서로가 모르는 단어들과 이슈들을 익히고 넘어갈 수 있을까 라는 고민도 있었고요. 이게 기반이 되면 그 다음에는 프론트 백엔드 서로의 상황을 알게 되고, 그 다음에는 또 서로가 설득을 하게 되는 과정들. 이렇게 쌓였던 것 같아요.
범근: 주로 뭘 설득을 해야 돼요? 보통 백엔드 분들께 어떤 걸 설득해야 됐었어요?
연수: 예를 들면 프론트가 주로 고객 사용자의 입장, 사용자의 사용성, 액션이나 인풋 등에 대해서 조금 더 고려를 해야 되다 보니까, 백엔드에서는 상대적으로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요?” 라는 의문도 있었고요. 혹은 “고객 입장이 이러하니 백엔드 쪽에서는 무엇무엇을 더 고려해주세요”라는 설득도 있었던 것 같아요.
유림: 뭔가 들어보니까 연수 님이 말씀해 주신 거랑 윤호 님이 말씀해 주신 게 되게 입장이 반대에 있다라는 생각도 좀 드는 것 같아요. 연수 님은 상대방에게 나의 의견을 설득시킬 때 필요성을 느끼신 것 같고, 반대로 윤호 님은 내 의견을 잘 표현할 때 느끼신 것 같아서 살짝 결이 다른 것 같네요.

 본인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나요?

범근: 저는 연수 님께 궁금한 게, 혹시 본인이 “앞으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다”라는 방향성과도 관련이 있나요? 본인의 강점을 살리고 싶다든지 이런 것도 있을 수 있잖아요.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개발자

연수: 일단 저는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개발자”가 너무 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아까 앞단에서 얘기한 것처럼 비개발자 시절에 제가 개발자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고 일하기 어려웠던 경험들이 많았어서 그런지, 서로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해야 원활한 협업이 된다는 거를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개발자든 비개발자든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많이 존경하고 많이 주목했던 것 같아요.
범근: 내가 비개발자로 일했을 때 겪었던 문제를 나는 개발자가 되어서 잘해야지. 그런거네요.
연수: 네. 맞아요. 그래서 예를 들면 제가 비개발자로 IT 스타트업을 다녔을 때, 그때 당시에 되게 유행했던 책인데 최원영 님이 쓰신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이라는 책이 있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개발자와 협업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이 너무 많다보니 출퇴근을 할 때 그 책을 읽었거든요. 근데 제가 개발자가 되고 난 후 우연히 그 책을 다시 보았는데, 이 분이 더 대단해보이는 거예요. 연수: 왜냐면 토스도 그렇고, 되게 심플하고 쉬워 보이는 기능을 개발하기까지, 혹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아티클을 쓸 때까지 이 사람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도를 했을까. 저는 그게 보였거든요. 그래서 그 책을 우연히 다시 읽었을 때 그 저자 분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지가 저는 이제 다시 느껴졌던 거예요. 지금도 그래요. 이전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되게 심플하게 구현한 기능들이나 코드를 보았을 때,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고민들이 있었을까. 이런 게 되게 대단하고 멋지다고 더 와닿게 느껴졌어요.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유림: 그럼 연수 님은 더 심플하고 알아듣기 쉽게 말하는 게 멋진 내공을 증명한다는 느낌으로 생각을 하시는 거네요 맞아요.
범근: 그렇죠. 만들 때 고생하면 쓰는 사람이 쉽죠.

청자 중심의 태도

범근: 그렇군요. 그래서 사실 이 질문을 연수 님한테 물어보고 싶었던 이유가, 본인들마다 커리어에 대한 다 니즈가 있잖아요. 근데 이제 어떤 분들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실까라는 의문이었는데, 연수 님은 어쨌든 비개발자로 일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약간 거기서 내가 되고 싶은 개발자의 모습이 좀 생성이 되었던 건가요?
연수: 네. 맞아요. 그도 그럴 것이 마케터로 일했을 때 항상 강조받았던 태도가 “청자 중심의 태도”였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소구(appeal)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범근: 그들의 니즈에 맞춰서 얘기가 되는?
연수: 네. 맞아요. 예를 들어 아무리 “우리 커피 맛있어요, 30년 경력 이상의 바리스타가 칼리타(커피도구)로 내린 에티오피아 게이샤 최고급 핸드드립 커피” 이렇게 얘기해도 거의 와닿지 않고요. 차라리 “이 커피는 주말 아침을 여는,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셨을 때 가장 향긋하고 자몽 향이 나는 커피” 라는 표현이 고객에게 더 소구가 되겠죠.
유림: 뭔가 사상 자체가 되게 처음부터 달라. 느낌이 있어요.
범근: 보통 개발자들이 이 마인드가 잘 없는데 말이죠.
유림: 아예 없잖아요.
범근: 장착이 안 돼 있죠.

남을 도우는 개발자

범근: 윤호 님께 궁금합니다. 본인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윤호: 저는 최종적으로 저도 남을 도우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제가 사실 비전공자에서 저도 시작을 했거든요. 많이 막막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진짜 개발자 한 분 잡아가지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거기서 도움 많이 받기도 하고 그러면서 공부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멘토 자리에 가서 누군가를 도와주고, 그 도와주는 과정 속에서 개발 외적으로 또 다른 행복감이 있었어요. 개발과 관련해서의 행복감도 있겠지만, 이 개발과 함께 다른 행복은 이렇게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거. 그래서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개발자가 되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범근: 그쵸?

함께할 때 행복한 동료

윤호: 당연하게도 기술적인 역량이 있어야 되고, 그래야지 남을 도울 수 있는 거고요. 그 다음에 라포(rapport) 형성하는 거요. 그래서 제가 아까 처음에 말씀드렸던 게 결국 라포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저 사람이랑 뭔가 함께했을 때 행복하지 않으면 함께하고 싶지 않잖아요. 근데 저 사람과 함께 했을 때 나한테 전해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라든가, 그렇게 오는 것들이 그게 날 기분 좋게 해준다면 정말 끝까지 같이 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좋아했던 사람들, 따르고 싶었던 개발자분들을 보면 그렇게 두 가지 역량을 꼭 갖추고 싶다라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라포 형성으로 시너지 내기

범근: 라포 형성이라는 게 윤호 님이 약간 일을 잘하거나 목표를 위해서 느낌이라기보다는, 라포를 다른 사람들과 잘 가지고 있는 사람 자체가 되고 싶은 그런 느낌인 건가요? 즉, 좋은 라포 자체가 윤호 님이 추구하는 개발자의 목표인 거예요? 아니면 좋은 라포가 있어야지 뭔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라포 형성에 관심이 많은 건가요?
윤호: 좀 더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좋은 라포가 형성이 되면, 뭔가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면서 다시 선순환이 일어날 것 같아요. 나에게 또 다른 뭔가들이 더 기회가 올 거고 거기서 나는 다시 더 좋은 스킬들이 생기면서 또 다시 또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런 것들을 내가 먼저 가져서 준비해 나가야 되는 것들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범근: 팀에서 일부러 인간적인 라포를 많이 형성하려는 어떠한 노력을 하시나요?
윤호: 나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최대한 이야기 많이 나누고, 너무 일적으로만 안 하고요. 그리고 따로 시간을 가져서 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범근: 그럼 만약, 엄청 개발을 잘하는 사람인데 나랑 라포 1도 없고 만난 적도 없는 팀원 vs. 그 정도 실력은 아닌데 나와 라포가 있는 사람하고 일을 하는 거랑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세요? 무엇이 더 낫다고 생각하시나요?
윤호: 딱 떠오르는 예시인 두 분이 계세요. 한 분은 제가 옛날부터 같은 사일로(*silo: 토스의 ‘소팀제’ 업무조직) 있어서 라포가 좀 형성이 되어 있고, 함께 얘기할 때 기분 좋게 해 주셨던 분이었어요. 반대로 다른 한 분은 되게 능력이 있는데 아직 그런 관계가 형성이 안 됐었거든요. 만약 제가 뭔가 도움이 필요하거나 고민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전자인 분을 찾게 되더라고요. 물론 또 한편으로는 고민이 있을 때 너무 이 분한테만 가는 거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요. 아무래도 그렇게 두 명이 있다면 저는 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범근: 그럼 이제 반대로, 나도 리드가 되거나 다른 사람들이 따르는 사람이 되어야 될 때 (전자 분과 형성된 라포처럼) 그런 게 필요하겠다. 약간 이런 느낌인 거네요.
윤호: 아직 제가 리드의 자리에 갈 것은 아니지만, 그런 관계 형성하는 능력도 분명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야지 그 분들이 저를 믿고 따라와주시고 신뢰를 가지고, 이것을 기반으로 또 신뢰를 더 다양하게 만들어 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범근: 라포 형성이라는 게 보통 말을 예쁘게 한다든지 뭔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잖아요. 약간 그냥 상냥하다든지 뭔가 이런 것만 아니고. 뭔가 신뢰가 가는 사람이 있고 뭔가 또 아닌 사람이 있는데, 혹시 신뢰가 있는 사람의 특징 이런 게 있나요?
윤호: 일단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요. 첫 번째로는 저와 협업을 할 수 있는 개발적 역량 측면, 두 번째는 (이거를 꼭 라포라는 주제만으로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이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할 때 기분을 좋게 해주는 그런 역량을 갖고 있는 이렇게 두 가지라고 생각을 했었고요. 아무래도 전자인 사람에게 마음이 더 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역량은 비슷하다고 전제했을 때 기분 좋은 대화를 주고 받으면 아무래도 더 좋으니까요.

 커뮤니케이션을 못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범근: 그렇다면 반대로 똑같은 말을 해도 “이 사람은 뭔가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한다.” 이렇게 느꼈을 때가 있으실까요?

직설적이면서도 마음을 다치게 말하는 사람

윤호: 네. 저는 있었어요. 아무래도 그냥 평소에 1:1이 아닌 상태에서 이야기 나누었을 때는 되게 괜찮았던 분이셨거든요. 근데 미팅이나 회의를 할 때 어떤 주제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제가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이야기하면 아니라는 걸 짚어주셨을 때 되게 강하게 말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물론 직설적이어서 좋을 수도 있지만, 그 직설적이면서도 사람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말하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사람의 감정을 아프고도 직설적으로 말하시는 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한때 좀 그 분과 뭔가 이야기할 때 힘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범근: ”몰라요”, “그것도 모르시나요?” 약간 이런 느낌인가요?
윤호: 그런 뉘앙스도 좀 있었어요.
유림: 저도 되게 공감이 가는게 직설적인 것도 필요하고 단도직입적인 것도 필요하긴 하죠. 이거를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하면 저는 상처를 안 받을 것 같은데, 상대방의 의지를 그냥 빠르게 묵살시켜버리면서 하면, 되게 끊겨버리는 느낌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것도 소위 말해 개발자 종특를 살리면서도 더 좋게 발전시키는 방법도 좀 연구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솔직하게 질문하고 이해해서 풀어내기

범근: 그런 사람한테 혹시 윤호 님은 어떻게 대처를 하시나요?
윤호: 저는 좀 솔직하게 말했던 것 같아요. “제가 그 부분을 잘 몰라서 그렇다, 그래서 더 질문을 드리고 싶다.” 하면서 더 물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유림: 질문으로 풀어내셨군요.
윤호: 어쨌든 저도 개발적인 지식이 많이 아직 부족해서 잘 모르는 것들이 많거든요. 특히 (저는 FE니까) 백엔드에 대해서요. 그때마다 회의나 미팅을 할 때 분명히 모르는 게 있는데 항상 그거를 모른 채로 놓쳐버리니까 악순환이 된 게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질문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고, 이해를 하기 위해서 더 잘 이해를 해야지 올바른 길로 가니까요.
유림: 맞아요.
윤호: 이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근데 지금도 아직도 가끔씩은 질문 못하고 그냥 지나가 버릴 때도 많고요.
유림: 그래요? 저는 질문 진짜 많이 하신다고 생각했는데.
범근: 그 말에 대한 demage는 계속 받으시는 거예요?
윤호: 네. 받는데, 받고 나서 이제 또 일 아닐 때 풀죠.
범근: 밥 먹고 술 먹고 하면서 좀 푼다?
윤호: 네. 그렇죠. 일 외적으로는 또 다르게 풀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게 또 내성이 생기더라고요.
유림: 슬프다 뭔가. 좋은 건 아닌데.
범근: 그 분한테 직접 말한 적은 없죠?
윤호: 직접적으로 당신의 억양이 저를 힘들게 한다라고 말하지는 않았어요. 이건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유림: 그 말투라는 게 너무 미묘해가지고, 이거를 뾰족하게 꼬집어서 그 피드백을 주는 게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윤호: 근데 한편으로는 다양한 사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서 적응을 하니까 또 마음 편해지더라고요.
유림: 그냥 받아들이자. 이런 거군요.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범근: 혹시 연수 님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내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이런 것 같다, 이런 게 장점 혹은 단점인 것 같다 하는 게 있을까요?
연수: 저는 일단 협업할 때의 강점이 세 가지 정도로 될 것 같은데요.

불치하문

연수: 일단 첫 번째는 불치하문(*아랫사람이나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함)이라는 자세가 있잖아요. 저는 그 사자성어를 정말 좋아하고 그렇게 닮아가려고 해요. (아랫사람이 아니더라도) 모르거나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으면 바보 같은 질문이라도 꼭 해서 알아내는 게 저한테는 되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해요. 코드 리뷰부터 시작해서 동료 평가라든지요.
연수: 물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아프긴 아프죠. 물론 딱 받고 초반에는 조금 아프지만, 그로 인해 “조금 더 성장한 내가 됐다” 라는 경험들이 켜켜이 쌓이다 보니까 조금 덜 아픈 것 같아요. 특히나 회사라는 집단은 내가 저 사람을 싫어해서 피드백을 주는 게 아닌 경우가 많잖아요. 좋아하니까 더 잘 하게끔 하고 싶잖아요. 그래서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요.
연수: 그리고 특히 사회초년생 때 협업이나 보고할 때 모르고 넘어가는 게 빈번해지면 공유 자체가 어렵다고 저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면 고객과 통화하고 “그 고객이 뭐라고 하셨어요?” 혹은 회의 후에 “팀장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어버버..” 하면 진짜 끝이더라고요. 내가 상대방에게 공유를 잘 해주기 위해서는 깔끔하게 “네, 고객이 A라는 이유로 B라고 했고, 그래서 우린 C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라고 해야 되는데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이런 게 안 되는 거죠.
범근: 그러니까 뭔가 딥하게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잘 모르고 그냥 넘어간 부분을 딱 찔리면 그렇죠. 그게 티가 난다는 거죠. 약간 일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은?
연수: 그렇죠. 그게 너무 싫어요. 저는.
범근: 일 못하는 사람 취급받기 싫으신가요?
연수: 음 아무래도 싫죠. 아무래도 남의 시선을 아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그게 저의 회사 내에서의 평판, 연봉, 이런 것까지 다 연결이 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면 비춰지는 모든 것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범근: 반대로 결국에는 지금 당장 질문을 하면 모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참 뒤에는 내가 잘하는 사람이 된다.
연수: 그렇죠.

무엇이든 되게 하려는 태도, 노력도 재능

연수: 그리고 두 번째가 ‘무엇이든 좀 되게 하려는 태도’예요. 이게 어떻게 보면 제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해요.
범근: 그러니까요.
연수: 살면서 저는 여러 영역들을 경험할 때 (스포츠든 개발이든) WHAT에 대해 ‘나 이거 되게 선천적으로 타고났다’ 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별로 없는데요. 대신에 뭔가 잘 하기 위해 매달리는 HOW에 대해서는 타고난 게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노력도 재능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실력이 조금 떨어진다 해도, 뭔가 되게 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계속해보려는 TRY가 많아지고, 그러면 유효타가 많지 않아질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랑 일을 하고 싶어요.
유림: 토스 오세요. (웃음)
범근: 그러다 떨어뜨리면 어떡해요. (웃음) 세 번째는 뭐예요?

관계 중심적 vs. 결과 중심적

연수: 세 번째는, 저도 윤호 님 말씀 들으면서 공감을 많이 했는데 관계 형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까 세 분이서 하시는 말씀 들으면서 생각났는데요. 얼마 전에 전 직장 동료분들이랑 만나서 재밌게 이야기 나눴던 토픽이 ‘당신은 관계 중심적인가, 아니면 결과 중심적인가’라는 토픽이었어요.
범근: 오..
연수: 이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제 MBTI가 ESTJ로 ‘엄격한 관리자’라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저는 팀원들과의 관계 형성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팀원들한테 손편지도 많이 쓰고, 언어도 많이 따뜻하게 하려고 하고요.
범근: 재밌어요. 그거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군요.
연수: 네. 맞아요.
범근: 그렇죠. 따뜻함 자체를 추구한다기보다.
연수: 네네. 맞아요.
범근: 따뜻함이 적절히 있어야지 팀이 잘 굴러가고 성과가 나온다는 의미인가요?
연수: 네. 물론 기본적으로 저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거나 주기 싫은 것도 있지만, 되도록 상처되는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라포를 많이 쌓아두면 좋은 것 같더라고요.
유림: 저 최근에 읽은 책이 갑자기 생각났는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이었거든요. 거기서 진화론적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고 유인원이 살아남은 이유가 눈으로 자기 감정을 전달하고, 상대의 눈으로 상대의 감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공감이 가능하고 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대요. 더 나아가 협업을 할 수 있게 된 종이 협업을 못하는 종보다 더 강해가지고 살아남았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이랑도 생각해 볼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범근: 후속 질문인데요. 본인이 커뮤니케이션하는 스타일, 협업하는 스타일이 있어서 내가 이 부분은 잘 못하는 것 같은데 개선해야겠다. 라고 느끼는 게 있으신가요?

나를 표현하는 것이 힘들어요

윤호: 저는 제 자신에 대해 표현하는 게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뭔가 일할 때도 묵묵히 하는 편인 것 같고.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아니면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거나 할 때도 그냥 묵묵히 삼키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혹은 제가 상처를 받았을 때 (상처를 준) 상대에게 이야기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런 것처럼 뭔가 저를 더 잘 표현을 했거나 저에 대해서 잘 전달이 됐으면 더 좋게 잘 갔을 것 같은데. 제 자신을 너무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범근: 그래서 아까 스몰 톡으로 편하게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면 굉장히 그 분하고 말이 잘 통한다고 느끼시고. 이런 것들도 연결이 돼 있네요.
윤호: 그런 것도 맞아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이 그냥 숨기고만 하니까 답답한 경우도 많았던 것 같아요.
범근: 막 손 들고 먼저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시고 물어봐야지 뭔가 조금씩, 슬슬 이야기가 나오는. 그런 스타일이신가 봐요.
윤호: 네. 저는 제 감정을 철저하게 숨기는 편이에요. 결국 결국 숨긴다는 것은 되게 부정적인 것을 숨기는 것 같거든요. 상대방에게 표현할 때 부정적인 것이 전달이 되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 물론 힘들다 표현할 때도 있겠죠. 이야기할 때도 있긴 하지만 라포 형성이 안 됐을 때 바로 처음부터 잘 꺼내지 않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범근: 약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싫다. 약간 이런 느낌인가요?
윤호: 네. 그런 것 같아요. 부정적인 게 전달되지 않았으면 하는.
범근: 토스에서 힘드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웃음)
유림: 감수성이나 공감 지능이 높아서 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한테 직설적이게 말하는 사람도 내가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상처받겠지 하는 걸 몰라서 그러는 케이스도 굉장히 많은 것 같아서요.
범근: (윤호 님에게) 남의 기분을 잘 파악하는 편이신가요?
윤호: 그래도 감정을 캐치하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아요. 물론 케어를 해주냐 잘 하냐 못하냐는 그 다음 문제겠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을 하다가 상대방이 힘들어하거나 할 때는 한번씩 헬스 체크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범근: 그렇군요.

일에 내 자신을 투영한다는 단점

범근: 연수 님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걸 말씀해 주시겠어요?
연수: 커뮤니케이션 얼마나 연관이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간혹 일에 제 자신을 좀 투영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일이 안 되면 제가 너무 힘들고 일이 되면 제가 괜찮고요.
범근: 약간 과몰입 상태인거군요.
연수: 이게 연습을 해도 잘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아직 연습 중이에요.
범근: 근데 그게 일을 할 때 안 좋게 드러나는 게 있어요 혹시?
연수: 그래서 저는 제가 안 좋은 상황일 때 혼자 리프레시를 하고 와요. 그걸 최대한 안 보이고 싶어서요.
범근: 근데 만약에 보이면 그럼 어떻게 하시나요?
연수: 만약에 보일 수 밖에 없다면 진짜 솔직하게 얘기를 해요. 스스로 헬스체크를 해서 오픈을 해요. 왜냐하면 저는 윤호 님이랑 반대로 제 얘기를 잘하는 편이어서 “어떠한 상황으로 안 좋습니다” 라고 얘기를 해야 나중에 일을 할 때도 동료들이 ‘저 사람 오늘 왜 저러지’라는 생각을 안 하게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오픈을 많이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윤호: 오픈을 잘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연수: 그래서 저는 일과 나의 분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즉, 일에 따라 업다운이 별로 없는 사람이고 싶어요.
범근: 감정적으로 힘들어서 그러신 건가요?
연수: 네. 제가 힘들어서요.
범근: 일이 안 되면 내 감정이 힘들구나.
연수: 맞아요.
윤호: 그럴 수 있죠. 저도 되게 공감해요. 저도 ESTJ/ENTJ 거든요. 잘 안 풀리면 막 스트레스 받는 편이라서 분리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강점을 더 발휘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나요?

범근: 아까 전에 연수 님 강점을 얘기해 주셨는데요. 되게 하려는 태도, 질문 열심히 하는 것, 그리고 관계도 잘 형성해야 된다 이야기해 주셨잖아요. 본인이 그걸 잘하려고 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있나요? 아니면 타고났나요?
연수: (웃음) 그렇다기보다 저는 항상 조금이라도 이해가 안 되면 “제가 이해한 바로는 A인데, ~님이 하신 말씀은 이러한 의도가 맞나요?” 라고 되물어 보는 일을 반복적으로 많이 하고요. 그렇게 해서 서로가 싱크(sync)가 맞는 상태로 일을 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만약 킥 오프 미팅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이걸 왜 해야 되고, 어떤 목표를 이루어야 하는지 같은. 각자의 내적 동기가 일치하는 상태로 일을 하는 것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범근: 재확인을 하는 거예요. 질문을 해서.
연수: 네네. 예를 들어 당신은 A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나는 A-1라 생각했다. 그런데 상대방은 A-2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같은 이슈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다시 싱크를 맞춰서 시작하는 거죠.
유림: 뭔가 듣다 보니까 연수 님이 확실히 natural-born 일잘러이신 것 같은 게, 단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질문해서 알아내는 것 뿐만 아니라, 이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떻게든 끝까지 탐구를 하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연수: 네. 맞아요.
유림: 그게 일반적인 사회초년생이나 주니어가 되게 함양하기 어려운 자질이기는 해서요. 만약에 저희가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에 관해 가이드를 만든다면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는 액션 아이템 같은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나와 다른 스타일의 사람과의 협업은 어떻게 하시나요?

범근: (내적 동기부여 관련해) 만약에 연수님처럼 못 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왜 목표를 맞추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이런 하이레벨 싱크 같은 것을 잘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연수 님이 뭐라고 조언을 해줄 것 같나요?
연수: 그 부분이 되게 어려운데요. 음, 사실 그 부분은 리드가 해줘야 되는 거라 생각해요.
범근: 맞아요. 근데 지금 팀장으로 팀 프로젝트할 때 그런 일이 있었다면 답답하시겠어요.

다른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하기

연수: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는 저는 그냥 이 사람이 다르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내적 동기가 있어야 하고, 스스로 이유를 납득하면서 탄력을 붓는 스타일인데요. 반대로 어떤 동료는 애초부터 일과 나를 명확하게 분리하면서 내가 얻을 것만 생각할 수도 있죠. 예를 들면 “저는 프로젝트 하나 얻기만 하면 돼요, 어떤 도메인이든, 사용자가 만족을 하든 말든 상관 없어요” 라고 한다면 그냥 그대로 놔 두는 편이에요. 다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에 가깝죠. 이것도 아까 윤호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냥 그 사람도 그렇게 말하는 게 본인 스타일인가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넘기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일이 되려면 또 스피드도 나름 중요하니까. 각 팀원들의 내적동기 하나하나 다 짚고 넘어가기는 어렵더라고요.
범근: 만약에 누군가 팀장을 했는데 싱크 이런 거 하나도 안 짚고 넘어가고 막 지엽적인 얘기부터 하고 있다. 그럼 그냥 어쩔 수 없지. 이러고 넘어가는 건가요?
연수: 그렇죠. 그럴 때는 그 사람이 얻고 싶은 것도 얻게 해줘야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범근: 그러게요. 그리고 또 궁금한 게 아까 ‘되게 하려는 태도’가 있어야 된다고 했잖아요. 그런 것도 사실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되게 티가 나잖아요. 근데 약간 되게 하려는 태도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액션 아이템이 있을까요?
연수: 그러게요. 음, 뭐가 있을까요?

동기부여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의 차이

범근: 윤호 님, 혹시 있으신가요?
윤호: 누군가한테 질문을 했을 때 ‘이거는 잘 안 될 것 같아요’ 딱 잘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었고, 혹은 ‘이거 좀 더 찾아볼게요.’ 이렇게 이야기 하는 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두 분의 차이는 본인의 동기부여였던 것 같다. 라는 생각도 들어요. 내가 그 동기부여를 줬냐 안 줬냐의 차이?
범근: 내가 말을 할 때 그 사람이 정말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모티베이션을 주어야 한다?
윤호: 네. 혹은 뭔가 목표 의식을 갖게 해줬냐는 거죠.
범근: 예를 들면 그런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윤호: 목표 의식이라면 조금 더 구체적인 명세가 될 수도 있겠죠. “스펙이 정확히 어떤 것이고, 언제까지 해야 하고, 이 일을 하면 어떤 임팩트가 있을 거예요. 그래서 도와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최대한 구체적으로요.
윤호: 그런데 만약에 두루뭉실하게 “저희 서비스에서 이런 게 필요한데 혹시 이게 가능할지 검토 좀 해주세요.” 정도로 마무리했으면 그 분도 그냥 간단하게 검토만 할 것 같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동기부여란, 어떠한 일을 하면 어떤 임팩트가 있는지에 대해 공감을 던져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이거 하면 → 이런 효과가 엄청 있는데 → 여기 한번 기여해 보실래요?” 이런 식으로요. 동기부여를 줄 수 있으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는 자세가 되지 않을까.
범근: 물어보거나 부탁하는 사람이 잘하면 그런 태도가 나온다라는 거네요.
윤호: 네, 부탁하는 사람도 어떤 식으로 잘 부탁해야 될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기브앤테이크

연수: 맞아요. 저도 되게 공감하는 바 인데요. 애덤 그린트의 <기브앤테이크>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의 부제가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거란 말이죠. 예를 들면 어떤 고객사에 미팅을 갔어요. 그 때 우리가 이걸 팔아야 되는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그 사람이 필요한 이유를 끄집어내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수: 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이 일을 통해 당신이 무엇을 얻고 싶은지에 대해서 물어보고 그 사람이 원하는 것에 대해 말을 하게 해요. 그러면 그 사람이 던져놓은 힌트에서 “아, 그렇다면 우리가 이거, 이거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이걸 같이 하자” 라고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유림: 들으면서 생각이 들었는데, 뭔가 요청하는 사람이 미묘한 ‘을’이 돼서 커뮤니케이션도 고민하고, 모티베이션도 줘야 되고, 이해하기 쉽게 말해줘야 하고, 이 사람이 안 듣고 있으면 듣게 만들어야 하고… 그래서 부탁도 할 수 있고요. 마케터가 개발자에게, 또는 프론트가 백엔드에게 부탁을 할 경우가 많잖아요.
범근: 그렇게 됐네요. 진짜
유림: 어쨌든 남을 움직이게 만들려면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야 한다, 근데 우리는 남을 움직이게 만들 필요가 빈도가 많다. 생각해야 할 것 같네요.

 연봉 협상을 할 때도 커뮤니케이션 관련 이야기를 하기도 하나요?

범근: 혹시 연봉협상을 할 때 기술적인 것 말고도 팀 내의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나요?
윤호: 음, 그보다 제가 했던 역할들이랑 임팩트 됐던 것들. 이런 게 좀 더 포커싱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범근: 그렇군요.
윤호: 커뮤니케이션을 잘했다라는 것에 대해 크게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물론 연봉 협상서를 작성했을 때 뭔가 커뮤니케이션 쪽으로 이야기를 풀지 않아서일 수도 있는데 그쪽에서 먼저 꺼내오지는 않았었던 것 같아요.
유림: (범근 님에게) 왜 여쭤보셨어요?
범근: 아무래도 연봉 협상 때 그런 종류의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면 커뮤니케이션 부분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왜냐하면 어쨌든 내가 이 회사에서 더 인정받으려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까?
범근: 제가 오늘 다른 iOS 개발자분이랑 얘기했는데, 그 분은 연봉 협상 때 ‘일은 그냥 하는 것 같은데, 주도성과 리드하는 게 부족하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평가를 약간 낮게 받으셨대요. 그래서 그때부터 그 부분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범근: 왜냐하면 결국은 본인 스스로 의지가 생겨야 되는데, 아까 말했듯이 특정 개발자들은 왜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안 생기나, 그리고 언제 그런 의지가 생기나 궁금했어요. 또 만약 본인이 이제 리드가 되고 싶다는 분들은 그때서야 리더십이나 커뮤니케이션 같은 소프트스킬에 관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고민하는 것 같길래 궁금했어요.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신적이 있나요?

연수: 저는 수습 평가 때 받았던 커뮤니케이션 관련 피드백이 몇 가지가 있었어요. 특히 수습 평가 때는 몇 안 되는 뉴비들에게 신경이 되게 많이 쏠리고, 그 사람의 면면을 다 평가를 하게 되다 보니까 저의 많은 것들을 생각보다 많이 평가를 해 주시더라고요. 부정적인 피드백으로는 업무적으로 어떤 것을 더 보완했으면 좋겠다와 같이 정량적인 게 있었다면, 긍정적인 피드백으로는 팀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한 번 받은 적이 있었어요.
연수: 피드백에 포함된 키워드가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일이 되게 하려는 사람’ 이었어요. 제가 전 회사에서는 CX 매니저로 일을 하고 있었어요. CX 매니저는 고객이 하는 말을 잘 가공해서 제품 단에 전달을 하고, 프로덕트를 발전시키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한 피처가 업데이트가 되었을 때 이 기능에 대해 고객한테 설명을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하면 기술적인 것을 고객이 알아듣기 쉽게 얘기할까라는 고민을 되게 많이 하던 때였어요. 기능에 대한 사용 가이드와 업데이트 노트도 써야 했었거든요.
범근: 혹시 어떤 피처였어요?
연수: (전 회사의 프로덕트 이름이 ‘채널톡’ 이었는데) ‘권한 세분화’ 라는 기능이 있었는데, 엔드유저가 아닌 채널톡을 사용해 상담하는 직원들의 권한을 세분화할 수 있는 거였어요. 한 명은 완전 administrator로 바꾸고, 한 명은 일부분만 볼 수 있는 권한만 받을 수 있는 피처가 있었는데. 이때 ‘여러분이 이 기능을 쓰면 어떤 것이 좋아질거예요, 이렇게 쓰면 돼요”를 최대한 쉽고 와닿게 설명을 해야했던 거죠.
연수: 그래서 그때 개발자분들한테 가서 테크적인 용어를 어떻게 풀어쓸 수 있을까요? 어떤 의미인가요? 이렇게 물어보았어요. 특정 기능, 특정 용어에 대해서 조금 더 풀어서 설명을 해달라고 하기도 했어요. 설명을 듣다보면 ‘아, 유저들은 이렇게 표현하면 알아들을 수 있겠구나’ 하는 힌트가 많이 되었어요. 즉, 그 피처를 직접 개발한 개발자분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을 때 되게 힌트를 많이 얻었었던 것 같아요. 물론 다행히도 그때 일하셨던 개발자분들은 고객 중심적으로 많이 생각하시는 분들이었어요. 왜냐하면 채널톡(을 만드는) 직원들은 직접 고객이랑 대화를 하거든요. 상담을 직접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조금 더 고객 친화적인 분들이 좀 많았었어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일하기가 더 편한 면이 있었죠.

직접 고객과 이야기하는 개발자

범근: 고객이랑 상담을 직접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요? 개발자들이 상담을 하나요?
연수: 네. 애초에 채널톡은 내부 직원과 고객이 같이 얘기할 수 있는 툴이에요. 채널톡 내부 직원들이 대화하는 팀챗과, 채널톡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문의하는 유저챗이 같이 결합되어 있는 툴이에요. 예를 들면 CX 팀에서 “이 고객분 고객 데이터 관련해 질문 주셨는데, CX 단에서 직접 도움 드리기 어려운 부분 같아요. 도와주세요!” 라고 하면 고객 데이터를 다루시는 개발자분이 그 유저챗에 바로 들어오세요. 혹은 사내에서 CX 외 직군임에도 고객 상담을 가장 많이 한 직원에게 상품을 주는 이벤트도 했었고요.
범근: 신기하다.
유림: 장려했네요. 고객 보이스를 많이 듣는 것을.
연수: 네. 맞아요.
범근: 그렇군요. 어쨌든 아까 말씀하신 부분이 나중에 평가 시즌에 반영되어 잘했다는 평가를 받으셨던 거네요. 연수: 네 맞아요. 그거를 어떻게든 하려고 했었으니까. 생각보다 비개발 직군이 개발 직군과 이야기하는 걸 어려워하잖아요. 근데 그런 어려움을 많이 뚫고 (개발팀 쪽으로) 그 먼 복도를 걸어가서 “이거 뭐예요 저거 뭐예요” 하고 질문하고 알아내려는 모습들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범근: 그렇군요.
연수: 그리고 그렇게 해서 내가 알게 된 것들을 팀 내에 공유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이 피처에 대해 고객용 가이드는 제가 쓰지만, 나중에 고객이랑 대화할 때는 모든 CX 매니저들이 다 알아야 되기 때문에, 팀 내에 공유하는 것도 너무 중요하단 말이죠. 그래서 제가 알게 된 내용을 팀 내에 공유하는 과정들도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범근: 일을 잘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네요. 연수 님 얘기 들으면서 무슨 생각이 드냐면 ‘솔직히 너무 토스 케이스다.’ (웃음) 저런 마인드와 저런 애티튜드를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긴 하네요.
범근: 어떻게 보면 저런 게 없는 사람들, 혹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 사람들한테 “이렇게 하면 돼” 라는 가이드라인 같은 것을 내부적으로 개발하고 싶은 건데요. 그런데 그 ‘잘하는 상태’까지 만들어줄 수 있는 스텝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네요.
유림: 연수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목표 얼라인이 안 되더라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충분히 많은 것 같고,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더 다수인 것 같아서 그런 사람들한테 ‘너네는 더 노력해서 연수님처럼 되라’ 라고 하지 않고, 그들이 그들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협업을 잘해낼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연수: 맞아요.
범근: 맞아요. 각자의 장점과 포지션이 다 다를 수 있으니까요. 어떤 분들은 큰 그림은 안 봐도 마이너한 부분들을 더 잘 챙기고 더 잘 볼 수도 있는 거니까요.
유림: 맞아요. 다 특성이 다르니까요. 뭔가 다양한 협업을 잘하는 다양한 모습을 좀 그려봐줘도 좋을 것 같아요.
범근: 약간 롤 모델 느낌.

 협업이나 커뮤니케이션 관련해 고민이 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솔루션을 찾으시나요?

유림: 보통 협업이나 커뮤니케이션 관련해 고민이 있을 때 어떻게 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서 책이든 검색이든 조언을 얻는 거든, 아니면 멘토링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 등등.
범근: 아니면 내가 도움이 됐던 경험이나 조언 같은 것들도요.
윤호: 최근에 PO분한테 들었던 좋았던 피드백이 있는데요. “윤호 님이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더 표현하고 공유를 열심히 하면 좋다, 그리고 남들이 그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표현해 달라” 고 하시더라고요. 그 조언을 통해 내가 조금 더 공유를 열심히 하고, 하고 싶은 걸 더 잘 말했으면 더 좋은 기회도 많았을 것 같고, 신뢰도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범근: 윤호 님이 그 조언을 요청하셨던 거예요?
윤호: 네. 제가 요즘 일을 더 잘하고 싶다라는 고민을 말하면서요.
유림: 정리하자면, ‘같이 일하는 사람한테 직접 물어본다’ 이거죠?
윤호: 네. 저는 물어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나의 고민을 제일 잘 아는 사람과 이야기하자

범근: 근데 주로 사람한테 물어보네요. PO님한테
윤호: 네네. PO나 혹은 제가 고민이 있는 걸 가장 잘 아실 분만요. PO분께 여쭤봤던 거는 내가 이 사일로에서 어떻게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서 PO분을 찾아봤던 거고, 개발적으로 더 잘하고 싶으면 유림 님 찾아가고요.
유림: 혹시 사람한테 물어보지 못할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윤호: 저는 어떻게 해서든 일단 사람을 만날 것 같은데, 못 만나면 당연히 검색을 할 것 같아요. 비슷한 사례들을 찾아보겠죠. 아무래도 그 고민을 또 인터넷에 올리신 분들도 많고 거기서 솔루션을 얘기해 주시는 분들도 많고 이러니까 검색을 해볼 것 같아요. 책은 잘 안 볼 것 같아요.
범근: 혹시 사람과의 1 대 1 미팅이 가장 베스트다라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이 사람이 내 상황을 알고 있으니까?
윤호: 네. 가장 가깝고 가장 나와 연관이 있고,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솔루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요. 혹은 내가 가장 궁금한 걸 잘 알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선별을 한 것 같아요.
범근: 그렇군요. 하긴 너무 개별적으로 상황들이 다 다를 수 있으니까.

어려운 점은 당사자와 이야기해보자

유림: 연수 님은 혹시 어떻게 하세요?
연수: 저도 웬만하면 사람을 계속 찾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는 친구들이 연애 상담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그럼 너 남자친구랑 얘기해 보면 어때?” 거든요. 왜 자꾸 그 사람과 겪는 문제에 대해 그 사람의 마음을 추측해서 저한테 얘기하는지 그게 조금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범근: 그분들이 뭐라고 해요 그러면?
유림: 삐지지 않아요? (웃음)
연수: 저한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테니까 어느 정도 공감은 하되, 마지막으로는 “근데 그 사람이랑 얘기를 한번 해봐. 꼭” 이렇게 하든가. 아니면 물꼬를 틀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 주든가 이렇게 했었던 것 같아요. 왜냐면 싸우다 보면 그 물꼬를 트는 게 어려울 때가 많으니까.
유림: 그쵸.
연수: 저는 지금보다 더 사회초년생 때 아까 말했던 <기브앤테이크> 외에도 커뮤니케이션 관련 책을 되게 많이 읽었었어요. 이외에 일을 잘하기 위해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피터 드러커 책도 많이 읽었었고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했는가에 대해서도 많이 들어보려고 했고요.
연수: 범근 님이 잘 아시지만 제가 (범근 님이 멤버로 계셨던)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운영했었거든요. 그 안에서 다른 케이스들을 보는 거죠. 다른 케이스들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겠다’ 등의 반면 교사를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좋은 점들은 제 업무에 적용할 수도 있겠고요. 아니면 요즘 인프런에서 하는 멘토링 서비스라든지 되게 여러 가지 수단들이 잘 되어 있는데 그런 것들도 많이 활용을 할 것 같아요.
연수: 특히 책이 주는 좋은 점은 되게 general한 케이스들을 보면서 나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고 어떤 고민이 드느냐에 따라 그 책이 되게 다르게 읽힐 때가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되게 옛날에 쓰여진 내용이라 한들, 그 방식을 내가 일하는 방식에 적용해겠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고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사랑받는 책들을 읽어보면서 활용을 했던 것 같아요.

내 말투에 상처를 받는다는 동료들의 피드백

범근: 제가 최근에 또 겪고 있는 건데, 어떤 서버 개발자분이 오셔서 “사람들이 제 말투에 상처를 받고, 제가 너무 직설적이라고 해요”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거든요. 심지어 본인은 자존심도 세고, 기준도 되게 높고, 실력도 좋고.. 평생 그렇게 살아왔는데, 이제 리더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줄 일이 많아지니 너무 멘붕이 온 거예요. 그래서 본인이 어떻게 상냥하게 말을 해야 되는지 고민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범근: 혹시 두 분은 이런 사람한테 어떤 조언을 해주실 것 같아요?
윤호: 평소에 좀 일 외적으로도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편이시래요?
범근: 같이 회식하고 이런 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막 같이 스몰톡도 해요. 근데 막상 일할 때 되면 사람들의 능력적인 측면에 대해 피드백을 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되는 상황인거예요.

나에게 어려운 사람과 일하는 방법

연수: 저는 사회초년생 때 반대로 그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 당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말투가 조금 거치신 팀장님과 일을 해봤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그 분이랑 거의 베스트 프렌드가 됐어요. 거의 5년 전에 같이 일했던 팀장님을 퇴사하고도 분기에 한 번씩은 만나고 있거든요. 그 팀장님은 저랑 같이 일을 하기 전부터 이미 8년차 정도의 사회생활을 하셨던 분이었어요. 나이 차이나 경력 차이도 꽤 났었고 여러모로 어려운 팀장님이었는데, 게다가 그 분이 저한테 피드백을 주실 때 (물론 성장하라고 하는 거겠지만) 가끔 말투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적이 있어요. 왜 말투를 저렇게까지 해야 하지?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연수: 근데 저는 일을 하면서도 그 분과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최대한 저를 많이 알렸던 것 같아요. 일하면서 “팀장님 저 이거 모르겠어요. 저 이거 알려주세요” 어차피 이 사람과 일을 해야 되니까 저도 그냥 부딪혀 보자! 라는 생각이었죠. 일단 그분이 일을 잘하셨고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았는데, 이외에 가끔 인간적인 면이 보일 때 그 분한테 먼저가서 밥 먹자고 하고, 계속해서 다가가고. 이런 부분들이 쌓여서 나중에는 굉장히 일하기 편한 상대가 되었어요.
범근: 그 분하고 밥 먹고 술 먹으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길래 편하게 풀렸나요?
연수: 일단 처음부터 사적인 이야기는 잘 안 했고, 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그 분 자체가 웬만하면 사적인 얘기는 거의 안 하시는 분이라 일 얘기를 많이 했죠. 제가 “이러이러한 게 고민이고 어떻게 해야 될까요?” 라고 많이 이야기 했었어요. 추측해보건대 그 분도 저에게 조언해 주시면서 일종의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지 않으셨을까요.
범근: 먼저 일종의 멘티처럼 들어갔군요.
연수: 네. 맞아요. 그 분이 주셨던 조언이나 도움에 의해 제가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기쁨을 느끼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유림: ’너의 성장은 나의 기쁨’ 이런 거군요.
범근: 그런 게 쉽지 않은데. 근데 얘가 피드백을 받는데도 지치지 않고 나한테 다시 돌어와서 뭔가 도와달라고 하고 배우고 싶다고 하니까 예쁘게 보였을 것 같네요.
연수: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저와 동등한 연차와 나이의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범근: 조금 쉽지 않긴 하겠네요. 그 팀장님은 연수 님과 워낙 아예 차이가 나 버렸으니까 괜찮았고요.
연수: 맞아요.
범근: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마무리

범근, 유림: 두 분 늦게까지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칠게요.
연수, 윤호: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소감 ————
비 개발 직군에서 개발 직군으로 전환한 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로 이렇게 딥하게 이야기해 본 것은 오랜만이라 설레고 즐거웠다. 흔히 개발자는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한 팀으로서’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좋은 커뮤니케이션, 좋은 협업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글을 읽는 모든 개발자, 비개발자 모두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돌아보고, 기술 외적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