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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팀 프로젝트 회고

Created
2023/06/16
Category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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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

(사실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큰 키에 똑 부러져 보이는 모습 때문인지, 어딜 가나 줄곧 리더 역할을 많이 해왔다. 어쩌다 하게 된 것도 있지만 이런 리더의 자리가 좋아서 한 것도 있었다.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으쌰으쌰 하면서 목표를 이루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책임감은 무겁지만 그래도 '우리 팀'이 무언가를 해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만든 게 아닌 '우리'가 만들었다는, 그리고 우리의 대표자가 나라는 것도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부트캠프 안에서도 그럴줄은 몰랐다. 리더를 하게 됐다. 부트캠프 초반에 여러 개의 스터디가 만들어지는데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내가 가능한 시간대의 스터디는 없었다. 그래서 내가 만들었다. 어쩌다 스터디장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고 지금도 어찌어찌 잘 운영되고 있다. 그렇게 스터디를 끝으로 더 이상 부트캠프 안에서는 그룹을 이끄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더더욱 몰랐다. 내가 팀장이 될지.

팀 프로젝트, 그것도 처음 해보는 팀 협업 프로젝트의 팀장이 될줄은 몰랐다. 아마 해봐야 부팀장 정도는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개발 실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A to Z 까지 조금씩은 경험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혹은 이 부트캠프 과정을 큰 무리 없이 따라온 전공자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팀원들이 모인 자리. 정적이 흘렀고, 그 정적을 깬건 나였고, 그렇게 팀장이 되었다. 물론 나를 소개하며 솔직하게 이야기하긴 했다. 어딜가나 리더를 맡긴 했지만, 나는 이 팀의 팀장을 맡기엔 기술적인 부분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비전공자에, 부트캠프 과정을 따라가는 하루하루 벅차기도 했다고. 그래서 미래의 팀장에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의지할 것 같다고.
그러다 이전에 페어를 같이 했던 한 동기분이 커뮤니케이션이나 사람을 모으는 부분에 있어 내가 잘할 것 같으니, 기술적인 부분이 걱정이라면 그 부분은 본인이 많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정말 고마웠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내가 팀장을 하겠다고 했다. 이왕 하는김에 정말 잘해보아야겠다 생각했다. 회사에서 대표나 팀장이 비전이나 목표에 확신이 없으면 같이 일하는 팀원들의 의욕이 떨어지고는 한다. 그래서 우리 팀에 대해,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팀을 이끌기로 다짐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할 게 많다.

예상했던 것보다 할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각종 툴 세팅, 템플릿 세팅, 스케줄 체크, 팀원 챙기기, 회의 진행, 거기에 내 공부와 내가 맡은 파트의 개발까지. 정규 시간이 끝나면 엄청난 피로가 몰려왔다. 물론 지금은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프로젝트 초기라 더 챙길 것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기도 하겠지.
이번 프리 프로젝트에서 우리 팀은 많이 깨져보기로 약속했다.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미리 접하며, 더 중요한 메인 프로젝트를 대비하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 써보는 기술 스택들에 대해 공부해야 했고, 다른 팀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거나, 요구사항과 목표치를 참고해 팀이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기도 했다. 특히 줄곧 프론트엔드 쪽만 해왔던 나는 백엔드 쪽과 소통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 전에 공부했던 API와 서버 관련 내용도 다시 공부했다.
거기다 오늘은 개발 환경 세팅을 마치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챙기다가, 부랴부랴 칸반에 이슈를 생성하고 내가 작업할 부분을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하는데 갑자기 막막했다. '일단 메인 부분을 맡기로 했는데, 이 스택을 써보기로 했는데, 나 어떡하지? 적어도 팀에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천천히 살펴보았다. 뭐 어떡해. 그래도 해내야지.

내가 팀장일 수 있는 건 팀원들 덕분이다.

그렇다. 팀원이 있기에 팀장이 있고, 팀이 있는 것이다. 내가 헤매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팀원들이 "이거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게 더 낫지 않을까요? 의견을 던져주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챙겨준다. 내가 다 잘할 수 없다. 오히려 나보다 그들이 더 잘한다. 앞으로 나도 그들에게 많이 의지하게 될 것 같다. 그저 나는 그들이 이 프로젝트 안에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도록, 와해되지 않고 하나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가면 된다.
무엇보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큰 숲을 보는 눈을 기를 것이다. 팀장의 눈이 아니었다면 보지 못했을 세심한 구석까지 보고, 더 좋은 소통을 하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고, 본격적인 기능 개발에 돌입했을 때는 내 파트를 최대한 빨리 마쳐서 다른 팀원들을 도울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얻어가고 싶은 것이다.

결국 나는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

개발 능력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함께 탑재한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 내 일만 잘하는 개발자가 아닌, 우리 팀이 해야 하는 일을 더 세심하고 넓게 보는 역할을 하는 개발자. 결국 이 프로젝트도 개발 커리어를 길게 두고 보았을 때는 하나의 점이다. 이 점들은 모여 선이 되고 결국은 멋진 도형이 될 것이다. 하루하루, 과정 하나하나에 충실히 임하다 보면 언젠가 더 만족스러운 내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