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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울었니? 이제 할 일을 하자

Created
2024/05/14
Category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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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하고 터져버린 눈물

취업을 준비하면서 슬럼프가 무슨 3개월에 한번씩은 오는 것 같다. 특히 요근래 너무너무 힘들었다.
어제는 하루종일 표정이 좋지 않은 내가 심상치 않았는지 엄마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같은 집에 있는데 방에 들어오기는 좀 그러셨는지 카톡으로 물어보셨다.
엄마가 걱정하실까봐 괜찮은척 했다
평소같으면 “아이~ 엄마 나 진짜 괜찮아요” 하며 농담삼아 넘겼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힘들다는 인지

이게 시작이었다.
그동안 속으로 계속 참고 참고오다가, 무슨 일 있냐는 엄마의 질문에 눈물이 팍 하고 터졌다. 책상 앞에서 혼자 울었다. 혹시 부모님이 깨실까봐 혼자 소리도 없이, 꽤나 긴 시간동안 울었다.
보통 고민이 있거나 너무 힘이 들면 ‘배출’을 하는 편이다. 아까는 눈물로 배출했다면 이번에는 얼른 말로 털어 놓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얼른 주현이에게 카톡으로 내 상황을 알렸다.
있는 그대로 내 상황을 말했다
이렇게 내 자신이 ‘힘들다’는 인지를 했다. 일단 어제는 시간이 늦어 우선 다음날을 위해 잠에 들었다.

나아지진 않네

그렇게 오늘이 되었다.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머릿속에 생각과 고민이 많은 채로 잠이 들어서 그런지 잠에 깊게 들지 못하고 꿈을 많이 꿨던 것 같다. 심지어 깨야 할 시간에도 계속 꿈을 꾸고 있어서 늦잠을 자버렸다. 필라테스 오전 수업으로 리프레시를 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어찌저찌 오전 오후에 되도록 건강하게 해먹고,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하면서 기분을 전환하고자 했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는 보통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그럼 조금 나아지기 때문이다.

나는 왜 힘들까

그렇게 저녁이 되었다. 마침 엄마 아빠가 외출을 하셔서 집에 혼자 있었다. 늘 그렇듯 저녁을 해먹고, 양치를 하고, 따뜻한 차를 내려 책상 앞에 앉았다. 괜찮으려는 노력들을 했다. 하지만..
아, 정말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모니터를 거들떠 보기도 싫었다.
갑자기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아서 휴지 한 장을 준비해 주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현이가 전화를 받자마자 나는 엉엉 울었다. 엄마 아빠가 없으니 마음 편하게 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조금 진정이 되었다. 내가 왜 힘든지 더듬더듬 생각하며 말했다.
“요즘 내 자신이 싫어지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순간들이 많은 것 같아”
그렇다. 평소 나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효용감으로 사는 사람이었다.
평소 자신감이 넘친다는 소리도 듣고, 그 자신감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한 몸과 마음, 괜찮은 능력을 가지고자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세상에 ‘쓸모 있음’을 증명하고 인정받기 위해 달리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 두 가지가 충족되지 않았던 것이다. 취업 준비 기간이 꽤나 길어지니 더 그랬던 것 같다.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옷을 챙겨 입고 산책을 나갔다. 가장 빠르고도 효과적으로 생각 정리를 할 수 있는 명상 방법.

취준이 힘든 이유

취업 준비가 정말 힘든 이유는 스스로 가진 것이 없이 느껴지는데 가진 것처럼 이야기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가진 게 없다고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다. 끊임없이 경쟁자와 비교하고, 평가 받고, 거절당하는 게 일상이었다. 부족한 점을 채워도 이 방향이 맞나 고민하느라 속도감 있게 나아가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정리하면서 계속 걸었다.
다행히 산책을 하고 난 후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잘하는 방법,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는 이미 다 정리해 두었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제 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우울한 사이클이 또 오지 않으란 법이 없다. 취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도 이런 상황은 또 있을 것이다.
그래. 그럴 땐 이번처럼 잘 쏟아내고, 잘 정리하고, 훌훌 털고 일어나면 된다.
이와중에 정말 다행인 점은 내 감정을 스스로 무시하거나, 혼자 끙끙 앓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감정을 무시한 채 더 길게 상황을 끌었더라면,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혼자 이겨내려 했다면.. 지금 이렇게 책상에 앉아 있지도, 공개적인 글로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오며 감정과 생각을 되도록 성숙하게 다스리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니 앞으로도 부단히 노력해 보려고 한다. 스스로에게 좋은 양육자가 되어 잘 돌봐주면 좋겠다.

연습생 기간이라 생각하자

우연히 BTS 정국의 춤 영상을 보았다. 보면서 단순히 멋지다는 생각보다, 저 춤과 무대를 위해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을까. 연습생부터 유명해질 때까지 엄청나게 불안했을텐데. 불안함 속에서도 잘 버티고 계속해서 노력한 결과물처럼 보였다. 정말 간절했기에 잘 해내고 싶었기에 불안을 이겨내고, 결국은 해내는 그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나도 지금이 ‘개발자 연습생 기간’ 이라 여기기로 했다.
안무가 최영준이 말하길, 연습생 때 실력이 데뷔해서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연습생 때 연습을 정말 많이 해두어야 한다고 한다. 이렇듯 나도 취업을 하면 진짜 유저에게 보여지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많이 헤매거나 실수하지 않기 위해, 팀에 더 좋은 영향과 이득을 가져다 주기 위해 미리 역량을 많이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내 실력을 갖춰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합류하고 싶은 회사와 팀에 들어가면 목표로 하던 연봉을 받을텐데, 과연 내가 그 돈을 받을만한 실력인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다. 일단 지금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가치를 인정받을만한 실력과 잠재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다 울었니?

이제 할 일을 하자.
내가 좋아하는 짤. 오은영 선생님 사랑해요